한 선수가 5개 종목을 치르는 근대5종에서 공정성 논란 속에 제외된 승마를 대체할 종목 후보로 '장애물 경기'가 채택됐습니다.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집행위원회를 연 뒤 발표문을 통해 승마를 대체하고자 시험에 나설 종목으로 장애물 경기(Obstacle Discipline)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UIPM은 승마 대체 종목과 관련된 60가지 넘는 제안 중 두 종류의 장애물 경기를 후보로 올렸으며, 6월 터키 앙카라에서 예정된 월드컵 파이널 직후부터 시험 운영을 거쳐 추후 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종목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식은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당장 새 종목이 확정되더라도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는 기존의 수영, 펜싱, 승마, 육상, 사격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이후 새 종목을 포함한 5종이 정식으로 적용됩니다.
근대5종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전령을 전달하는 19세기 젊은 프랑스 기마 장교를 모델 삼아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종목입니다.
올림픽에선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열렸습니다.
쿠베르탱 남작이 '근대5종 선수만이 올림픽의 진정한 선수로 불릴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상징성을 지닌 종목이지만, 여러 경기장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등 난점이 적지 않아 '올림픽 퇴출' 위기에 놓이곤 했습니다.
육상과 사격을 결합한 '레이저 런'이 도입되는 등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5개 종목의 틀은 유지돼왔는데,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승마 경기 이후 더욱 거세진 변화 요구가 세부 종목 교체까지 이어졌습니다.
도쿄올림픽 여자부에 출전한 아니카 슐로이(독일)가 승마 경기에서 탄 말이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등 말을 듣지 않아 '0점'을 받은 일이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당시 펜싱, 수영을 치른 뒤 선두를 달리던 슐로이가 승마 성적 탓에 순위가 30위 밖으로 밀려나며 메달과 멀어지자 말을 추첨으로 배정받아 20분 남짓 파악한 뒤 바로 경기하는 방식이 운에 크게 좌우돼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슐로이의 코치가 채찍질을 더 강하게 하라고 외치고 직접 주먹으로 말을 때린 일도 드러나면서 말과 제대로 교감할 시간 없이 채찍질해가며 달리게 하는 건 동물 학대라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이후 UIPM은 지난해 11월 승마 제외를 공식화하며 대체 종목 논의를 시작했고, 6개월 만에 사실상 새로운 종목 도입이 선언됐습니다.
대체 종목으로는 초기에는 사이클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이미 사이클이 세부 종목으로 포함된 트라이애슬론이 존재하는 점 등을 이유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UIPM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종목과 관련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구 사항을 고려, 근대5종의 기본 정신을 지키면서도 비용과 보편성 등을 고려해 장애물 경기가 후보로 선정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발표문에서 UIPM은 이번 결정에 선수들의 의견도 반영됐다고 밝혔으나 논의 과정을 둘러싼 반발 의견도 나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남자부 금메달리스트인 조지프 충(영국) 등 선수들은 이번 집행위원회를 앞두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대체 종목 선정 과정에 반발하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서한에서 선수들은 "IOC는 앞서 근대5종 종목 중 승마를 대체할 5번째 종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중심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선수 단체의 조사 결과 대다수가 UIPM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UIPM이 결과를 정해두고 형식적 논의 과정만 진행했다며, IOC의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사진=UIPM 페이스북 캡처,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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