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혈압 환자 적은 이유…여성호르몬의 항고혈압 효과 확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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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의대 김양인 교수 연구팀, 동물실험서 작동 원리 규명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대개 고혈압은 여성과 비교해 남성에게서 발병할 확률이 높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작동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동물실험에서 에스트로겐의 항고혈압 효과를 내는 과정을 확인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김양인 교수 연구팀은 암컷 쥐와 난소를 제거한 암컷 모델 쥐 등으로 실험을 해 에스트로겐의 항고혈압 효과에 대한 원리를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고혈압의 주요한 위험 및 발병요인은 과도한 염분 섭취다. 이로 인한 염분-의존성 고혈압의 발병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낮다. 그 이유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혈관 이완 작용과 교감 신경계의 활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중추 신경계에는 교감 신경계 외에도 염분-의존성 고혈압 유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신경 체액계(Neurohumoral system)와 같은 영역이 있다.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뉴런 중 일부는 혈관수축과 항이뇨 작용을 통해 고혈압을 야기할 수 있는 바소프레신을 생산한다.

이에 연구팀은 에스트로겐이 바소프레신을 생산하는 뉴런들을 통해 항고혈압 작용을 한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연구했다.

연구팀이 난소를 제거한 암컷 쥐에서 고혈압을 유발하자 혈중 바소프레신 농도가 수컷 쥐와 유사하게 증가했다.

반면 난소를 제거하지 않거나 난소를 제거한 후에도 에스트로겐을 다시 투여한 암컷 쥐에게서는 고혈압을 유발해도 고혈압이 발병하지 않으며, 혈중 바소프레신 농도 또한 현저하게 낮았다.

에스트로겐이 고혈압을 야기하는 바소프레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대목이다.

연구팀은 수컷 쥐나 난소가 제거된 암컷 쥐에서 혈중 바소프레신이 증가하는 데에는 바소프레신 뉴런에 영향을 끼치는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gamma-aminobutyric acid)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전환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면 난소가 제거된 암컷 쥐와 스컷 쥐의 바소프레신 뉴런에서 이러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출현이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고혈압 효과를 나타내는 에스트로겐의 새로운 중추적 기전을 규명해 항고혈압제 개발에 새로운 표적을 제시했다"며 "연구 결과가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국제학술지 '심혈관 연구'(Cardiovascular Research)에 온라인 게재됐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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