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값싼 고기'에 대가가 따른다는 걸 깨닫는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때 만되면 퍼지는 구제역, AI에다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가세하면서 대량 사육 시스템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 주목받는 건 육류가공 공장들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가공공장이 코로나19 2차 유행의 발원지로 지목받고 있다. 값싼 고기를 만들어내는 효율적인 가공시스템이 실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에 바탕한 것이었단 사실 역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육류가공 공장에선 잇따라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사우스 다코다 스미스필드 돼지고기 공장에서만 85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 2위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 푸드는 아이오와주 페리에 있는 공장에서 730명, 워털루 공장에서 1031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왔다. 독일 버켄펠트에 있는 뮐러 플라이쉬 육류공장에서는 30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웨일스 앵글시 닭 가공 공장에서 15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웨일스 렉섬과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 등 영국 육류 공장에서 공장에서도 다수의 노동자가 코로나에 감염됐다. 프랑스, 스페인의 육류 공장들도 집단감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육류공장 발 집단감염이 잦은 원엔 대해 로렌스 영 영국 워릭대의 분자 종양학 교수는 "춥고 습하고 실내에 위치한 육류공장은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완벽한 환경"이라며 "햇빛이 없는 환경에서 바이러스는 더 오래 생존하고 멀리 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육류절단기 소음 등 시끄러운 작업 환경도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옆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더 크게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침방울이 더 멀리 튀고 바이러스 전파의 원인이 된다.
빠른 작업 속도도 문제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방역을 위한 적정거리인 2m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노동자들은 도축된 육류를 저장하고, 부위별로 절단한 뒤, 판매하기 좋게 뼈를 발라내고 살을 추려내는 일을 빠르게 진행한다. 노동 강도가 세다 보니 마스크를 계속 쓰고 일하는 것도 힘들다. 작업 중간중간 마스크를 벗으면 감염의 위험이 커진다.
근로자들의 고용 형태로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국 3대 노조 중 하나인 '유나이트 더 유니온' 관계자는 "육류공장 노동자들은 병가를 내도 급여 전액을 보상받을 자격이 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출근하지 못하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고 심하면 실직의 위험까지 떠안아야 하므로 감염이 의심돼도 회사에 알리지 않고 계속 출근해 일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육류공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별도의 좁은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것도 집단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마이클 헤드 사우샘프턴대 국제공중보건학 박사는 "좁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로 함께 출퇴근하면서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나라들은 속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 정부는 육류공장 근로자들끼리 2m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영국육가공협회(BMPA)는 공장을 더 자주 소독하고 증상이 있는 직원은 즉각 격리토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독일은 육류공장이 외주화를 금지했다. 직접 고용으로 집단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생산라인 작업속도를 늦추고, 근로자들 사이에 차단막을 세우도록 권고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June 27, 2020 at 07: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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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수천명 감염된 육류공장…싼 고기의 대가는 참혹했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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