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자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정조지'
실제 요리 사진과 함께 4권 완역
“인절미는 황해도 연안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단지 찹쌀이 다른 지방보다 좋아서만이 아니라 반드시 먼저 쌀을 찧어 가루를 만든 뒤에 무르게 푹 쪄서 떡메로 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루 내지 않은 인절미에 비해 기름지고 찰지며 밥알갱이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쓴 방대한 분량의 백과사전 ‘임원경제지’의 16개 지(志) 중 음식요리 백과사전인 ‘정조지(鼎俎志)’가 처음으로 완역 출간됐다. 임원경제연구소가 번역하고 풍석문화재단이 출간한 4권 1368쪽 분량의 ‘임원경제지 정조지’다. 번역본은 ‘정조지’의 음식을 그대로 재현한 음식 사진 536장도 수록했다. 대표 번역자인 정정기 박사는 한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음식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47회의 세미나를 진행하고 직접 전통주 빚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정조지’는 1743개에 이르는 한국·중국·일본의 방대한 음식 레시피(조리법)를 소개했고, 체계적인 음식 분류를 통해 음식 이름과 재료를 고증한 책이다. 서양 카스텔라까지도 소개했을 정도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전통 음식이 이렇게 다양했나’ 새삼 놀라게 될 정도로 다양한 음식의 향연이다.
‘떡’만 해도 시루떡, 과일떡, 무떡, 불떡, 아랍부꾸미, 외랑병 등 97가지다. 여행이나 산행길에 빠뜨릴 수 없는 휴대용 음식으로 꼽힌 ‘미숫가루’는 파리번데기즙미숫가루, 천금미숫가루, 대추미숫가루, 산딸기미숫가루 등 16가지다. 28가지가 소개된 ‘만두’는 김치, 꿩, 숭어, 오리, 양, 게, 참새, 연밥 등 다양한 재료를 쓴 음식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죽(粥)’은 107가지, ‘조청과 엿’은 11가지, ‘면(麵)’은 33가지다.
음료 분야도 다양하다. 뜨거운 물로 우린 음료인 ‘탕(湯)’은 21가지, 숙성 음료인 ‘장(醬)’은 11가지, ‘차(茶)’는 23가지, 청량음료인 ‘갈수’는 7가지, 달인 음료인 ‘숙수’는 7가지로 모두 69가지다. 이중 밤송이를 달인 물인 율추숙수는 흉격을 맑게 하고 담을 삭이는 효능이 있다고 쓰였다.
121가지가 소개된 ‘갱확(고깃국)’ 중에서는 열구자탕이 최고의 요리로 손꼽히는데, 신선로에 소 가슴 밀살·위살·천엽살, 돼지 살코기·막창, 닭, 꿩, 숭어, 말린 전복·해삼 등을 넣어 만드는 음식이다.
서유구의 레시피는 무척 구체적인데,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드는 ‘미식(美食)의 스킬’을 곳곳에서 제시한 것이 눈에 띈다. “돼지를 구울 때 냉수 한 동이를 옆에 뒀다가 굽자마자 물에 담기를 10여 차례 반복한 뒤에 기름간장과 양념을 바르고 다시 구우면 매우 연하고 맛이 있다”고 했다. 쇠고기를 연하게 구운 설하멱의 경우 “고기를 굽다가 물에 넣었다 빼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고기 굽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쇠고기육회는 “소 위장과 천엽을 함께 끓는 물에 약간 데쳐 내고, 얇게 썰고 다시 실처럼 채로 썰어 간장 식초와 함께 먹거나 겨자장과 함께 먹는다”고 했다. 생선회 중 동치회는 “겨울에 숭어를 잡아 얼음이나 눈 위에 하룻밤 내둬 충분히 얼린 뒤에 비늘과 껍질을 제거하고 잘 드는 칼로 나뭇잎처럼 얇게 저며 겨자장에 찍어 먹으면 극히 상쾌하고 맛있다”고 했다.
‘임원경제지’ 번역은 2009년 곡식·농사 분야인 ‘본리지’ 출간을 시작으로 ‘섬용지’(건축·도구·일용품) ‘유예지’(교양·기예) ‘상택지’(주거선택) ‘예규지’(가정경제) ‘이운지’(문화예술) 등이 완간됐으며, 2024년까지 총 67권의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August 26, 2020 at 10:2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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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물에 적셔가며 구워야" 조선 미식가의 비밀 레시피 1748개 공개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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