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밀집사육과 대량도축 고민 커져
식물성고기, 버거패티 이어 치킨까지 종류도 다양
'''대체육=건강식품' 아니지만 콜레스테롤는 낮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을 비롯 여러 나라에서 대형 육가공 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습니다. 육가공 공장의 경우 작업 공간이 좁은데다 직원 상당수가 밀집된 주거 환경에 사는 이민자들이어서 지역 감염률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이와 별도로 코로나19가 무분별하게 야생동물을 취식하는 등 동물과 접촉을 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밀집 사육과 함께 대량 도축·가공 시스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육류 공급망의 차질은 실제 패스트푸드 업체의 메뉴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패스트푸드 전문점 웬디스는 매장 5곳 중 1곳 꼴로 육류가 들어간 음식을 팔지 않고 있다고 미 CNN이 보도하기도 했지요. 실제 미국에선 웬디스뿐만 아니라 코스트코 등 대형할인매장, 식료품 매장에서 손님 1인 당 고기 구매량를 제한했을 정도입니다.
이와 동시에 실제 고기 대신 식물 단백질을 활용하는 대체육과 동물의 세포를 배양하여 만들어내는 배양육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국내외에서 이미 고기 맛이 나는 ‘가짜 고기’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 2030년 116조원대 예고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CFRA에 따르면 2018년 약 22조원 규모였던 전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30년 11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영국에서는 최근 한 비건식품 회사의 광고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고기 없는 농장이라는 뜻을 가진 업체인 미트리스 팜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록다운) 기간 소시지나 햄버거 소비를 줄이고 대안 식품을 찾는 이들을 겨냥해 ‘M*** F***’이라는 슬로건으로 광고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TV뿐 아니라 라디오, 전기차,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실제 매년 10%씩 성장할 정도로 매출도 크게 늘고 있는데, 건강뿐 아니라 환경과 동물복지 문제 때문에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을 중심으로 대체육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식품 스타트업 임파서블푸드는 5월부터 전국 1,700개 크로거 식료품 매장에서 콩 등 식물 단백질을 사용해 만든 채식 버거 판매에 들어갔고요. 또 다른 대체육류 업체인 비욘드 미트도 소매점에 할인된 가격으로 채식 버거를 제공한다고 했지요. KFC는 지난달 20일부터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50개 점포 이상에서 식물성 고기인 ‘비욘드 프라이드 치킨’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으로 육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다 중국인의 식습관 변화로 식물성 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스타벅스는 4월부터 비욘드미트와 손잡고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물성 고기 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고요. 중국 브랜드 얌차이나도 6월 중국에서 운영하는 KFC, 피자헛, 타코벨 등에서 비욘드미트의 대체육 제품을 한정 기간 판매한다고 이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내서도 너겟, 크로켓 등 한국인 입맛 겨냥 속속 출시
국내에서는 롯데푸드, 풀무원, 바이오믹스테크 등이 식물성 고기 제품을 판매 중인데요. 패스트푸드업체 가운데서는 롯데리아와 퀴즈노스 등이 식물성 고기로 만든 버거와 샌드위치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푸드입니다. 지난해 4월 ‘제로미트’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너겟, 크로켓에 이어 지난달에는 함박스테이크 2종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지금까지의 '베지너겟'과 '베지까스' 2종 판매량만 약 6만개 달한다고 합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시기가 늦을 뿐 국내에도 대체육류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져 하나의 시장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올해 판매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인 바이오믹스테크도 4월 대체육 시리즈 ‘고기대신’을 출시하고 대형마트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는데요. 콩과 밀, 해초, 곤약, 버섯 등 식물성 원료를 이용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총 8종의 대체육 시리즈를 출시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이외에 롯데리아는 미라클버거를, 퀴즈노스는 지난달 초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플렉스 스테이크를 판매 중입니다.
식물성 고기에서 더 나아가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배양육도 개발 중인데요. 풀무원은 이르면 내년 말 배양 수산물 제품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생물반응기를 통해 배양한 후 3D프린팅 과정을 거쳐 용도에 맞는 형태로 제조된다고 하네요.
‘가짜고기’ 맛은 어떨까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요. 퍽퍽하거나 콩 냄새가 날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있지만 실제 맛에 대한 평가도 좋습니다. 비욘드미트의 경우 콩과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에 섬유질과 효모 등을 혼합해 고기 같은 맛과 식감을 구현하고 코코넛오일로 고기 육즙까지 재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고요.
KFC도 지난해 8월 비욘드미트에서 만든 치킨 너겟과 날개를 시범 공급받아 판매했는데 당시 KFC측은 “맛을 보면 이것이 식물로 만든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죠. 호기심 때문인지 맛 때문인지 실제 시범 판매에 대한 평가가 좋았고 이는 올해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롯데푸드도 밀 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에 식이섬유와 자체 개발한 육즙을 구현하기 위한 식물성 오일 등을 넣고 섞는 과정과 온도, 숙성 시간 등을 달리해가며 육류의 식감을 구현해 낸다고 하는데요. 향료와 양념장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맛을 낸다고 합니다. 퀴즈노스도 플렉스 샌드위치를 내놓으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개선을 진행, 고기의 고소한 향과 육즙, 쫄깃한 식감을 최대한 고기와 가깝게 재현했고, 불고기 소스와 후추로 감칠맛을 더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사실 대체육을 선택할 때 육류보다 건강할 것이라는 점도 작용할 텐데요. 대체육도 가공식품이기 때문에 ‘대체육=건강식품’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롯데푸드 관계자는 “대체육은 말 그대로 육류를 대체하기 위한 제품으로 건강식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육류를 섭취할 때 대비 콜레스테롤이나 트랜스지방 등이 없거나 낮으며 단백질이나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 맞다”고 말합니다. 이어 “해외의 경우 대체육은 건강에 일부 도움이 되지만 그외에도 윤리적 소비나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고 지속 가능한 미래의 먹거리로 접근하는 개념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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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8, 2020 at 01: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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