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파는 수학영재 '고객 피드백때 가장 행복' - 서울경제 -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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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정육각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신선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성형주기자

지난 2016년 ‘초신선 고기’만을 판매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설립된 스타트업 ‘정육각’은 회사 자체보다는 김재연(사진) 대표의 화려한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중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비롯해 KAIST(응용수학)를 졸업한 수학 영재. 그런 그가 미국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돼 출국을 앞두고 돌연 돼지고기를 판다고 나섰다. 부모를 비롯해 주변에서도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정육각은 어느덧 창립 5년 차로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아기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선정하며 그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유통 서비스가 주목받으며 올해 매출액 역시 230억~250억원가량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회사 간판을 만지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1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정육각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된 이유를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결합에서 찾았다. 그는 “돼지고기를 비롯해 소고기·닭고기·달걀·우유 등 신선식품을 팔다 보니 정육각이 축산업에 속한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통 단계를 대폭 줄이고 사육·발골 등 모든 과정에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신선도와 맛을 높이며 모든 공정을 소프트웨어화해 전통산업에 신산업을 입힌 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육각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소고기·닭고기 등은 도축한 지 1~4일밖에 되지 않은 신선한 고기들이다. 사료 역시 일반 사료가 아닌 직접 개발에 참여한 사료로 먹여 키운다. 특히 돼지고기는 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이자 정육각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대상이다. 그는 “소를 키우는 데는 몇 년이 걸리지만 돼지의 경우 180일 정도면 다 성장해서 고기의 맛을 실험하는 조건이 매우 좋다”며 “현재 정육각의 돼지는 초신선 상태로 먹으면 가장 맛있는 영국계 계량종 돼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육각의 돼지고기는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맛있다”며 “특히 목살을 씹을 때 육즙이 팡팡 터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열정적으로 자랑했다. 정육각은 두꺼운 치즈돈가스를 비롯해 ‘초신선 해산물’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과일과 채소 등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정육각은 현재 대중적인 인지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고기를 까다롭게 고르는 이들에게는 이미 입소문이 난 상태다. 이 때문에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면 세 번 이상 구매한 고객이 97%를 차지한다”며 “200회 넘게 주문한 고객들이 상당수인데 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광고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돼 받은 시장정착금 3억 원을 홍보·마케팅 등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사세가 커져도 ‘초심’을 잃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다짐도 전했다. “회사가 커지니까 고기 맛이 달라졌다는 말은 절대 듣지 않을 거예요. 회사가 커질수록 더욱 고기와 고객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할 것입니다.”
/연승기자 사진=성형주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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