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건강, 동물복지 등의 바람을 타고 미래 식품 산업으로 주목받는 대체육 분야에 `3D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제조 기술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3D 프린팅은 지금처럼 지지체를 사용하거나 반죽 형태로 만드는 것이 아닌 층층이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대체육 개발 업체들이 많은 이스라엘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기업들이 대체육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혁신기술 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정책을 펴는 것과 함께 정갈한 음식을 강조하는 유대교의 식문화 `코셔’도 한몫한다.
창업 3년째인 이스라엘의 리디파인 미트(Redefine Meat)는 식물 기반 단백질로 3D 프린팅 식물육 스테이크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 이름에 고기의 개념을 `재정립’(redifine)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수도 텔아비브 남쪽 레호보트에 있는 이 회사 실험실에서는 산업용 냉장고 크기만한 3D 프린터에서 한 시간에 50개 이상의 스테이크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 유대인음식축제 시식회에 초대된 요리사 아파스 그라닛(Asaf Granit)은 동영상에서 ”시식자 10명 중 8명이 실제 고기와 3D 프린팅 대체육을 구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3D 프린팅 대체육은 대체근육, 대체지방, 대체혈액 등 고기를 구성하는 요소별로 별도의 제법을 이용해 만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스위스의 향료 제조업체 지보단과 협력해 다양한 풍미와 향을 개발했다.
다양한 특성의 고기 요소들이 3D 프린터에서 하나로 합쳐지면서 여러 맛과 향, 성분, 질감의 대체육 스테이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개발한 3D 프린터엔 3개의 잉크 카트리지가 있다.
공동창업자이자 회사 대표인 에샤르 벤-시트리트(Eshchar Ben-Shitrit)는 인터넷 미디어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대체육이 사람들한테 먹혀들려면 품질과 영양이 뛰어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육업체와 셰프를 비롯한 식품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고기의 결, 마블링, 식감, 육즙 등 70가지 이상의 변수로 구성된 디지털 지도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영국 등심 스테이크 시중가의 2배 정도인 1kg당 28파운드에 맞추는 걸 목표로 한다. 올해 안에 시식회를 열고, 2021년까지는 시중에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투자금 600만달러를 유치했다.
″인간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고기 자원이 부족하다. 소를 기르려면 많은 물과 사료 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도 부족하다. 물건을 재활용하고 전기차를 타고 샤워를 덜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1주일에 햄버거 한 개만큼 줄이는 것만 못하다.”
벤-시트리트 대표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3D 프린팅 대체육의 생태적 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8년에 설립된 이스라엘의 세이버이트(SavorEat)도 식물 기반 3D 프린팅 대체육 개발업체다. 최근 2500만달러의 기업가치 평가와 함께 300만달러의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해 총 투자금액이 475만달러로 늘어났다. 2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6분 안에 최대 8개의 버거를 만들 수 있는 3D 프린팅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스페인의 노바미트(Novameat)는 캡슐 커피머신형 대체육 제조기라는 색다른 비즈니스 방식에 도전하고 있다. 대체육을 뽑아내는 3D 프린터와 캡슐형 재료를 패키지로 묶어 파는 방식이다. 프린터 제조 업체들이 기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잉크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노바미트는 완두콩과 쌀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캡슐에 담아 기기에 끼우면 스테이크나 닭다리를 알아서 뽑아내는 3D 프린터 시제품을 이미 개발했다. 앞으로 연어, 양고기, 돼지고기 캡슐도 추가할 계획이다.
캡슐형 3D 프린팅의 기반은 생의학 3D 프린팅을 전공한 이탈리아 출신의 33살 창업자 쥬세페 시온티(Giuseppe Scionti)가 직접 개발한 미세압출법 기술특허다. 식물 기반 재료를 지름 100~500마이크론의 미세 구멍을 통해 밀어넣어 아주 얇은 근섬유조직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넙적한 패티에 식물성 단백질과 기름 등의 성분을 함께 뒤섞는 대체육 버거와는 달리 이 대체육은 얇은 고기조각을 층층이 쌓아 올려 고기를 완성한다.
2018년 회사 설립 직후 시제품을 제작했을 당시 50g짜리 스테이크를 프린팅하는 데 1.5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내년까지 1시간에 50kg의 스테이크를 생산할 수 있는 시험공장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올해 안에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일부 식당에서 3D 프린팅 대체육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프라이드치킨으로 유명한 패스트푸드체인 케이에프시(KFC)도 3D 프린팅 대체육 메뉴 개발에 나섰다. 케이에프시는 최근 러시아의 3D 바이오프린팅 솔루션(3D Bioprinting Solutions)과 공동으로 3D 프린팅 닭고기 대체육 메뉴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맛과 모양에서 케이에프시의 오리지널 제품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대체육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일단 올해 가을 모스크바에서 시제품 시식회를 열 계획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3D 바이오프린팅 솔루션은 프린터를 개발하고, 케이에프시는 재료 개발을 맡는다. 케이에프시는 비욘드미트의 식물육을 이용한 프라이드 치킨 메뉴를 캘리포니아 지역 50개 매장에서 시범판매에 나서는 등 최근 들어 대체육 시장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미세중력의 우주 공간에서 대체육을 프린팅하는 기술도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성과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의 알레프팜스가 2019년 10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험에 성공했다. 당시 이 시험은 러시아 기술업체가 개발한 3D 바이오프린터에, 소에서 채취한 작은 근섬유 세포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완전한 고기를 만든 것은 아니고, 세포에서 근섬유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만 진행한 개념증명 실험이었다. 지상에서처럼 층층이 쌓는 것이 아니라 자기력을 이용해 모든 방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신생기업 레전더리 비시(Legendary Vish)는 생선에 특화된 3D 프린팅 대체육을 개발하고 있다. 첫 프로젝트로 네덜란드의 3D 프린터 제조업체 펠릭스프린터스(FELIXprinters)와 협력해 식물 기반 연어 살코기를 개발중이다.
2017년 유럽연합의 3D 프린팅 생체의학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스웨덴, 스페인, 덴마크 출신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이 회사는 당시 경험을 토대로 불과 출범 몇달만에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2022년에 독일, 스위스에서 연어 대체육을 시판하는 걸 목표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연어 개발이 끝나고 나면 참치와 청어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봄 식물육 제조업체 비욘드미트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대체육은 올해 코로나19로 육류가공업체들의 공장들이 잇따르면서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10년 후에는 대체육이 전체 육류시장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서구에서 급속히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대체육 시장에 3D 프린팅 기술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갈지 주목된다.
August 07, 2020 at 02:3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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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고기 없는 고기'를 만드는 회사들이 있다 (사진) - 허프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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