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상대 6.2이닝 4실점
평소 안 하던 불펜피칭 효과
낙폭 커지고 구속 조절도 잘돼
내달 시애틀 기쿠치와 한·일전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은 가장 중요한 구종이다. 프로 첫해부터 주 무기였고, MLB에서도 가장 큰 위력을 보여줬던 구종이다. 그는 체인지업을 중심에 두고 구종을 배합한다. 그런 체인지업의 제구가 안 되면 그로서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그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269다. 지난해(0.185)보다 크게 상승했다. 그러다 보니 타자를 상대로 과감하게 대결하지 못했고, 주저하다가 볼넷을 내주는 경우가 늘었다.
고민 끝에 류현진은 체인지업 제구를 잡기 위해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그로서는 대단한 결심이다. 보통 MLB 선발 투수들은 등판일 사이 불펜에서 포수를 앉혀놓고 30~50개를 전력으로 던진다. 그러나 그는 어깨를 보호하려고 불펜 피칭을 하지 않았다. 이는 그에겐 가장 중요한 루틴이다. 현지 언론이 남들과 다른 루틴을 고수하는 그를 삐딱한 시선으로 쳐다봐도 불펜 피칭을 하지 않는 자신의 루틴을 꿋꿋이 지켰다.
그런 류현진이 몇 년 사이 극약처방으로 간혹 불펜 피칭을 한다. 사이영상 후보로 꼽혔던 2019년에는 12승 뒤에 4경기 연속 부진하자 불펜 피칭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이번에도 두 차례나 불펜 피칭을 하며 체인지업을 가다듬었다. 그는 “다른 구종과 체인지업을 똑같이 던지려고 팔 동작과 투구 스피드를 교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체인지업은 직구와 똑같은 투구폼으로 던지되 구속 차이가 커야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가 쉽다. 극약처방은 통했다. 그는 “불펜 피칭에서 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두 경기보다 체인지업 느낌이 훨씬 괜찮았고, 그래서 많이 던졌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기뻐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다음 달 2일 오전 2시 7분 열리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 경기다. 이 경기의 시애틀 선발은 기쿠치 유세이(30·일본)다. 류현진이 MLB에서 일본인 투수와 선발 맞대결하는 건 2014년 8월 시카고 컵스전(투수 와다 쓰요시) 이후 7년 만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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