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가장 먼저 주목되는 점은 가격이다. 롯데리아의 식물성 햄버거 가격은 5600원으로 비슷한 스펙인 불고기버거의 가격 3900원에 비해 훨씬 비싸다. 맛은 더 뛰어날까? 맛이야 개인적인 선호에 달려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이 제품의 매력은 맛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와 블로그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롯데리아 같은 큰 규모의 프랜차이즈가 채식주의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에 대해 환영과 응원을 보낸다.
응원의 중심에는 밀레니얼과 Z세대, 즉 ‘MZ세대’가 있다. 이 세대는 대체 왜 식물성 햄버거를 좋아할까. MZ세대의 ‘플렉스’ 문화와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다. 플렉스는 소비를 과시한다는 뜻의 유행어다. 이들은 20만∼30만 원에 달하는 이어폰을 구매하거나 더 비싼 명품을 구매한 뒤 자랑한다. 사치품을 사서 가격표를 그대로 노출한 채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자랑한다든가, 맛집을 찾아가거나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어 자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영역엔 한계가 없다. 내 스타일과 취향, 개성을 뽐 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식물성 고기를 소비하며 남에게 과시하는 것도 과거 사치품을 자랑하는 데서 얻었던 사람들의 효용을 인정한다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잘 이해되지 않는 MZ세대의 문화 이면에는 또 다른 가치가 숨어 있다. 바로 유대감이다. 모바일과 SNS에 익숙한 세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는 유대감의 존재다. 가족이나 이웃, 직장동료 간에 머물던 유대감은 이제 게임이나 소셜미디어로까지 넓어졌다. 서로를 ‘남’이 아닌 ‘우리’로 여기기에, 자랑하고 자랑을 듣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롤렉스 시계를 자랑하는 래퍼의 스토리에는 눈물겨웠던 시절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는 사치품에 대한 열광이나 스타에 대한 팬덤이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한 공감과 응원으로 이어진다.
MZ세대만의 공감과 유대감은 기후변화에 갈 곳을 잃은 북극곰과 플라스틱 빨대에 고통 받는 바다거북에게도 이어진다. 이들은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영상을 보고 지나치지 않는다. 환경문제에 공감하는 링크 하나만 공유해도 온라인에서 모이고 손쉽게 대화와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다. 굳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거나 그룹을 만들지 않더라도 해시태그를 통해 연결된다. MZ세대의 확장된 유대감과 공감 능력은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생각 차이를 설명해준다. 이들은 환경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동물들의 복지를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더 열 수 있는 가치소비로 이어간다. 사실 가치소비 역시 MZ세대에겐 플렉스의 일종이기도 하다. 식물성 고기를 소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을 아끼고, 또 도축돼야 할 동물들을 살리는 일은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 MZ세대의 일이다. 누군가는 맛없는 콩고기를 왜 먹느냐고 할 수 있지만 상관없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며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나를 마음껏 자랑할 수 있다. 누군가는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라고 폄하하지만 나의 가치소비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이들도 존재한다.
MZ세대는 제품의 질과 가격을 비교하는 가성비 계산에서 벗어나 그 나름의 합리성을 만들어 간다. 이 세대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제품 그 자체만을 보지 않고 어떤 키워드가 이들 사이에서 공감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키워드를 잘 담아낸 제품과 마케팅을 어떻게 기획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식품업계에서 이미 친환경적인 포장지와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 퓨처푸드의 키워드들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처럼 말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월 둘째 호(299호)에 게재된 ‘비싸고 맛없어도 나만의 Flex’를 요약한 것입니다.
류시두 퓨처푸드랩 대표 sidoo@fflab.kr
June 29,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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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기 버거’를 선호하는 이유[Monday DBR]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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