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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가 좋아 KAIST 간판도 버렸죠…`초신선 고기`로 온라인 매출 200억 도전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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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정육각 대표(29)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온라인 판매하는 육류 제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육각 사이트에서 육류를 주문하면 도축된 지 며칠 안 된 고기를 다음날 새벽에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김재훈 기자]
사진설명김재연 정육각 대표(29)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온라인 판매하는 육류 제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육각 사이트에서 육류를 주문하면 도축된 지 며칠 안 된 고기를 다음날 새벽에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김재훈 기자]
돼지고기를 너무도 좋아하던 수학 영재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KAIST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 대학 몇 곳에 입학신청서를 보내놓고 몇 개월 더 기다릴 생각을 하니 지루해 유학비나 마련할 요량으로 온라인으로 돼지고기를 팔았다. 도축장에서 갓 떼어온 고기를 서투른 칼 솜씨로 썰어 포장했다. 고객들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고기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축산 사이트 게시판이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도축한 지 얼마 안 된 신선 돼지고기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이거다 싶었다.

미국 국무부에서 풀브라이트 장학금까지 받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온라인 정육점을 열었다. 정육을 팔지만 기존 정육점과는 다른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정육`이라는 말에 여러 가지 다른 말을 붙여 보다가 `각`을 붙이자 각이 나왔다. 회사 이름을 `정육각`으로 지었다. 2016년이었다.

그 후 1년간은 변변한 공장도 없이 막 도축한 고기를 사다가 작은 작업장에서 직접 썰고 포장해 팔았다. 원칙은 딱 하나였다. 고객에게 주문받은 시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때 도축한 고기를 곧바로 보내는 것이었다. `초(超)신선 고기`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창업 1년이 지나고는 외부 투자도 받아 작은 공장을 마련했다. 지난해 매출 40억원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2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13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3년 전 첫 투자를 받았을 때보다 기업가치를 10배 넘게 인정받았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187억원에 달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재연 정육각 대표(30)다. 추가 투자 유치 작업을 완료한 직후 만났기 때문인지 김 대표 얼굴이 더 밝아 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비즈니스로 연결해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김 대표에게 새로운 형태의 축산 유통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정육각이 파는 고기는 얼마나 신선한가.

▷돼지고기를 기준으로 도축된 지 닷새 안에 고객이 받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그 정도면 일반적인 돼지고기 유통에 비해 어떤 건가.

▷돼지고기가 도축된 이후 소비자 손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 길게는 도축된 지 30~40일 된 고기를 구매하는 경우도 생긴다. 문제는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구입하면서 언제 도축된 것인지 확인하려면 조회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 등 복잡하다는 점이다. 정육각은 포장 전면에 도축일자를 표시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돼지고기가 도축되면 우선적으로 절반을 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기를 이분도체라고 한다. 이 상태에서 발골하면 부위별로 부분육이 나온다. 그다음 세절공장으로 이동해 추가로 작은 뼈를 발라내는 작업을 한다. 소비자가 구입할 만한 작은 포장으로 나누는 것이다. 도축하거나 부분육을 만드는 과정은 각기 하루 정도면 된다. 문제는 세절공장을 거쳐 중매인, 도매상, 소매상 등 여러 절차를 거치면서 유통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때로는 부분육 상태로 냉장고에 한 달간 머무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갓 포장된 부분육을 구입해 세절공장에서 소포장한 뒤 고객에게 보내기 때문에 도축 닷새 안에 소비자들이 받아볼 수 있다.

―부분육 상태에서 냉장고에 한 달이나 머무는 일이 왜 생기나.

▷돼지고기 가격 변동 때문이다. 많은 도매업체가 돼지고기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을 때 미리 샀다가 오를 때 시장에 내놓으려고 한다. 그래야 유통 마진이 커지기 때문이다. 가격이 낮을 때 물량을 많이 잡아놓고 있다가 올랐을 때 풀려고 하다 보니 가격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으면 장기간 보관하는 경우가 생긴다.

―정육각은 세절공장 단계부터 직접 운영하는데,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나.

▷창업 후 1년간은 세절공장 없이 작은 작업실에서 고기를 썰고 포장하는 작업을 했다. 이때 고기를 잘 써는 노하우를 많이 확보했다. 고기를 어떻게 써느냐가 고기 품질을 상당히 좌우한다. 외부 투자를 유치한 후 세운 세절공장엔 그런 노하우가 많이 반영됐다. 예를 들어 삼겹살을 깨끗하게 자르기 위해선 사흘 정도 냉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계 부분이 적당히 굳어 잘 썰리기 때문이다. 그만큼 냉장 기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갓 도축한 삼겹살을 추가로 냉장하지 않고도 잘 써는 방법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유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세절 작업을 직접 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단골 정육점 사장님에게 고기 써는 법을 배웠다. 직접 썬 고기를 구워 맛을 보면서 방식을 수정해 갔다. 시행착오를 통해 어떻게 고기를 썰어야 가장 맛있는지를 알게 됐다.

―아무리 초신선 고기를 확보한다 해도 주문부터 배달에 이르는 과정이 늦어지면 안 될 텐데.

▷정육각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관리 시스템이다. 우리는 회사 규모가 작음에도 대기업에나 있을 법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관리시스템(MES), 공급망관리(SCM), 디지털피킹시스템(DPS)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이들 시스템을 하나로 연동해 운영하는 노하우가 있다. 그게 가능한 건 이들 시스템을 우리 기술진이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자체 개발이 가능했나.

▷처음부터 스마트 팩토리를 염두에 두고 회사에 최적화된 관리 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배웠기 때문에 직접 코딩을 하면서 1.0 버전을 완성했다. 지금은 당시 개념을 토대로 회사 기술진이 업그레이드한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관리시스템이 어느 정도 차별화되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진화된 축산 대기업도 오늘 오후 출고되려면 전날 아침에는 발주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발주 후 2시간 정도면 출고가 가능하다. 회사 공장장님이 대기업 식품회사 출신인데, 다른 건 몰라도 공장 IT 시스템은 국내 최고라고 평가한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로 고객들 주문 패턴과 날씨, 요일 등 변수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최근 13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그 돈으로 뭘 할 계획인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판매 상품군을 늘리는 거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계란, 우유에 이어 수산물을 추가하고 거기에 더해 가정간편식(HMR)도 판매할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마케팅 확대다. 고기 애호가들에게는 정육각이 꽤 알려져 있지만 일반 사람들에겐 아직 인지도가 약하다. 이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시점으로 보고 있다.


―가정간편식 시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초신선 육류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 가정간편식 1호 제품으로 돈가스가 곧 나온다. 이어 치즈돈가스, 불고기 등을 차례로 내놓을 방침이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지만 정육각은 육사시미를 팔아 호평을 받았을 정도로 신선도에 관한 한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초신선 식재료로 만든 가정간편식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드물다. 우리 돈가스를 먹으면 육즙이 팡팡 터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산물은 육류와는 또 다를 텐데.

▷다음달부터 시작할 초신선 수산물 사업에도 공들이고 있다. 어제 잡은 생선을 오늘 저녁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컨대 제주도에서 잡은 생선을 비행기로 받아 경기도 성남에 있는 공장에서 손질한 뒤 각 가정으로 보내는 식이다.

―물류에 비행기를 이용하면 비용문제를 견딜 수 있나.

▷정육각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농수산물 생산업체이면서 동시에 유통업체로서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고객 몇 명이 생선을 구매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어 물류비가 많이 든다고 해도 전체적인 비용은 낮출 수 있다.

―원래 창업의 꿈이 있었나.

▷그렇다. 학교를 다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1년간 휴학하고는 모바일 스타트업을 창업한 적도 있다. 실시간 질의응답 플랫폼이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질문하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낼 생각이었다. 매출을 단 1원도 올리지 못한 채 접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KAIST 출신들 중에 창업가가 많은데, 이유가 있다고 보나.

▷내가 졸업한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 출신 중 대략 40명이 서울대, 80명이 KAIST로 진학했다. 서울대에 간 친구들은 대개 규격화된 직업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의사나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KAIST 친구들은 보다 자유로운 직업이나 창업을 선호했다. 기숙사 생활이 영향을 끼치지 않나 싶다. 공대생들이 한데 모여 살다 보니 대화 주제가 학교 과제 아니면 게임이나 기술 등이다. 이런 거 우리도 한 번 만들어볼까 하면 다들 코딩 기술이 있어 바로 시도해 보곤 한다. 휴학하고 만들었던 실시간 질의응답 플랫폼도 자연어 처리 논문을 읽다가 `이거 우리도 짤 수 있겠는데`라고 한 게 창업으로 연결된 사례였다.

―온라인 정육점 창업 계기는.

▷미국 국무부에서 운영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 후보로 선발된 뒤 대학원을 결정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입학신청서를 보낸 직후였다. 학교가 결정되기 전까지 8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다. 유학 가기 전에 추억이나 만들자 싶어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들어갔다. 좋아하는 제주 돼지고기나 실컷 먹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고는 서울로 돌아와서 유학 가서 쓰려고 모아놨던 500만원을 굴리자는 생각에 도축장에서 고기를 떼어와 온라인으로 팔았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3개월간 더 해보자고 한 게 지금까지 왔다.

―도축한 지 얼마 안 된 고기가 더욱 맛있는 이유는.

▷육류는 도축 직후부터 미생물이 증식된다. 도축 후 시간이 덜 지날수록 미생물 증식이 적어 냄새도 없고 맛이 좋다. 또한 도축한 지 얼마 안 될수록 수분이 더 유지돼 식감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다.

▶▶He is…

1991년 경기도 과천에서 태어났다. 회사원인 아버지와 고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형과 함께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숫자와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고, 중2 때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조기 입학했다. KAIST에서도 수학을 전공했다. 유학을 앞두고 평소 너무 좋아하던 돼지고기나 실컷 먹어보자는 생각에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했던 것이 결국 온라인 정육점 창업으로 이어졌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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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1, 2020 at 03:2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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